한글 창제 이후, 음식 기록의 혁명 – 『음식디미방』과 『규합총서』
한글로 쓰인 음식 조리법 책을 보며 전통 음식을 준비하는 조선시대 여성의 모습
한글 창제와 음식 조리법의 변화: 여성과 평민이 기록한 맛의 역사
한글의 창제(1443년, 세종대왕)는 단순히 문자를 보급하는 데 그치지 않고, 조선 사회의 일상을 기록하는 도구로 자리 잡았습니다. 특히 음식 조리법 분야에서 한글의 등장은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이제 평민과 여성도 한글로 조리법을 직접 남길 수 있게 되면서, 조리 문화는 점점 더 다양하고 풍성해졌죠.
1. 한글 이전의 음식 기록
한글이 만들어지기 전까지 음식 조리법은 대부분 한문으로 기록되었습니다. 한문 조리서는 궁중 행사나 의례 중심으로 작성됐고, 남성 학자들이 기록했습니다. 대표적으로 『수운잡방』(1540년) 같은 책들이 있으며, 이는 궁중이나 양반 가문에 한정된 고급 음식문화를 보여줍니다.
2. 『음식디미방』: 여성·서민 중심 한글 조리서의 시작
1670년경 안동 장씨 가문 여성 장계향(1598~1680)이 쓴 『음식디미방』은 동아시아 최초로 여성이 한글로 집필한 조리서입니다. 국수, 떡, 만두, 김치, 찜, 저장법, 술·초 제조법 등 146가지 레시피가 수록되어 있으며, 집안의 전통과 여성의 실제 경험이 담겨 있습니다. 『음식디미방』은 중국 문헌을 베낀 것이 아니라, 생활에 밀착된 우리만의 레시피를 한글로 직접 기록했다는 점에서 매우 큰 의미가 있습니다.
3. 『규합총서』: 한글 조리서의 완성
19세기 초, 빙허각 이씨 가문에서 1809년경 목판본으로 출간된 『규합총서』는 음식 조리법뿐 아니라 의복, 의례, 약선, 가정 생활 전반을 다룬 백과사전 같은 책입니다. 『음식디미방』이 여성의 경험에서 나온 실용적인 조리서라면, 『규합총서』는 한글로 쓰인 가정백과로서, 한글 음식 기록이 생활 전반으로 확장되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입니다.
4. 한글 조리서의 전개 흐름
- 1670년대: 『음식디미방』 – 여성·서민 중심 최초 한글 조리서
- 18세기: 『주방문』(규장각), 『온주법』 등 술·반찬 레시피 등장
- 19세기 초: 『규합총서』(1809), 『임원십육지』, 『음식방문』 등 다양한 한글 조리서 출현
- 20세기 초: 신활자본 및 필사본 조리서 등장, 근대적 음식 출판 체계의 기초 마련
5. 한글 음식 조리서의 의의
한글 보급이 확산되면서 여성과 평민도 조리법을 쉽게 기록하고 공유할 수 있었습니다. 궁중이나 양반 중심의 음식에서 벗어나 가정식, 저장, 술 제조 등 일상적인 레시피가 풍부해졌습니다. 또한 한글 음식 조리서는 조리·식재료 용어를 문헌에 남김으로써, 중세 국어 연구에도 중요한 자료가 되고 있습니다.
FAQ
Q1. 『음식디미방』은 왜 특별한가요?
→ 한글로 쓰인 최초의 여성 조리서로, 17세기 가정식 문화를 생생하게 기록했습니다.
Q2. 『규합총서』는 어떤 책인가요?
→ 한글로 작성된 백과사전식 조리서로, 여성 중심의 가정생활 전반을 담은 19세기 대표작입니다.
Q3. 한글 조리서가 많은 이유는 뭔가요?
→ 조리와 가정 관리는 전통적으로 여성의 영역이었고, 한글은 그들이 손쉽게 활용할 수 있는 실용 문자였기 때문입니다.
한글의 등장은 조선 사회 전반, 특히 여성과 평민의 일상에 혁신을 가져왔습니다. 그중에서도 음식 조리법의 기록과 보급에 큰 역할을 했으며, 오늘날 우리의 음식문화와 국어 연구에도 깊은 영향을 남기고 있습니다.